고랭지배추 재배 일색인 강원 강릉 안반데기마을에서 ‘나 홀로’ 친환경산나물을 생산하는 농가가 있다. 김봉래 강릉안반데기관광농원 대표(58)는 해발 1100m에서 자신만의 농법으로 청정 임산물을 재배한 뒤 가공·판매까지 스스로 해내고 있다.
김 대표는 강릉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2017년 연고도 없는 안반데기마을로 귀농했다. 농촌관광차 왔다가 아름다운 풍광에 매료돼 이곳에서 농부로서 인생 2막을 열기로 결심했다. 작목을 고민하던 그가 떠올린 건 산나물. 당시 마을에선 고랭지배추 연작장해로 농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산나물은 다년생 식물이라 한번 심어두면 비교적 오래 수확할 수 있는 데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 친환경재배가 가능할 것으로 봤거든요.”
그는 자칭 ‘건달 농법’을 개발해 농사에 적용했다. 무농약·무비료·무경운·무식재·무제초 등 이른바 ‘5무 농법’에 물을 별도로 주지 않는 재배법을 합쳐 그는 건달 농법이라고 명명했다. 그는 이 농법으로 산나물을 키우다 고사하면 해당 작물체를 뽑아낸 뒤 친환경퇴비를 뿌리고 다시 파종하는 식으로 최소한의 관리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농약을 사용하지 않아 초반 2∼3년 동안 병충해로 고생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사실 뾰족한 해결책을 찾지 못해 병충해가 발생한 작물을 뽑고 심기를 반복했다”며 “그런데 지난해부터 생명력이 강한 산나물만 살아남은 것인지 병충해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이러한 재배기술로 현재 3만4000㎡(1만285평) 규모 밭에서 산마늘·눈개승마·곰취·오가피·잔대 등 산나물 7종류를 안정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연간 생산량은 10t가량으로 연매출은 2억원 정도다. 무농약·청정숲푸드·농산물우수관리(GAP)·저탄소 등의 인증도 받았다.
판로 확보를 할 때도 남들과 다른 길을 걸었다. 마을에 산나물을 취급하는 다른 농가가 없고 생산량 또한 적다 보니 농협이나 도매시장 출하가 맞지 않았다. 블로그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온라인 직거래도 시도했지만 신통치 않았다.
그는 발상을 전환해 산나물을 장아찌로 담갔고 비빔밥 만들기 같은 다양한 산나물 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2020년 개시한 ‘안반데기 차박(차에서 숙박하며 즐기는 여행)’ 프로그램이 대박을 터뜨렸다. 유료 공간에서 별이 가득한 밤하늘을 맘껏 즐길 수 있도록 관련 환경을 조성하고, 캠핑 음식에 곁들이면 좋은 산나물 장아찌를 판매했다. 코로나19 시기와 맞물리면서 주말마다 예약이 모두 마감됐다.
연간 2500여명이 찾는 명소가 된 안반데기관광농원은 2021년 ‘대한민국 제53호 민간정원’으로 지정됐다. 김 대표는 5월 산림청에서 ‘이달의 임업인’으로 선정됐다.
김 대표는 “산나물이 김치처럼 친숙한 존재로 자리 잡을 때까지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