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황칠나무 산업, '묻지마 식재' 넘어 고부가가치 자립 생태계로 거듭나야
과잉 공급과 판로 절벽의 현실… "심기만 하는 단계는 끝났다"
한국의 인삼 나무로 불리며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목’으로 기대를 모았던 황칠나무 산업이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최근 한국임업진흥원이 전남 해남 재배 현장에서 개최한 소통 프로그램 ‘숲으로, 다가감’에서 드러났듯, 현장의 목소리는 장밋빛 희망보다는 판로 개척의 절벽과 채산성 악화라는 차가운 현실을 토로하고 있다. 전남 지역이 최대 주산지로서 지리적 표시제 등록 등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산업의 내실은 여전히 부실한 상태다.
현재 황칠 산업의 가장 큰 아킬레스건은 ‘공급과 수요의 극심한 불균형’이다. 과거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 아래 일단 심고 보는 식의 물량 공세가 이어졌으나, 정작 생산된 잎과 가지를 소화할 대형 수요처는 전무하다시피 하다. 이로 인해 원물 가격은 폭락했고, 채취에 들어가는 고비용 인건비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역설적 상황에 놓였다.
더욱이 고부가가치의 핵심인 ‘수액’은 20년 가까운 기다림이 필요함에도, 당장의 잎 수확을 위한 밀식 재배에 치중해온 탓에 산업의 질적 전환은 더디기만 하다.
여기에 산업의 신뢰도를 갉아먹는 부정적 사례들은 치명적이다.
과거 기획부동산식 묘목 분양 사기와 검증되지 않은 효능을 앞세운 과대광고는 소비자들에게 ‘황칠은 투명하지 않다’는 부정적 인식을 심어주었다. 저품질 혼입과 불법 채취 사례까지 더해지며 건전한 임업인들까지 싸잡아 불신을 받는 처지가 됐다.
이제 황칠 산업은 정부의 보조금이나 단순 식재 지원이라는 ‘링거’에 의존하는 단계를 끝내야 한다. 진정한 산업화는 정부 주도가 아닌 ‘임업인의 자립과 고도화’에서 시작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첫째, 원물 중심의 영세한 유통 구조를 R&D 기반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재편해야 한다.
단순히 잎을 말려 파는 수준을 넘어, 화장품 원료나 의약품 소재로 전환하여 부가가치를 수십 배로 높여야 한다.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성분 표준화와 객관적 데이터 확보 역시 생산자 조직이 주도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둘째, 6차 산업화와 스마트 임업을 통한 자생력 확보다.
ICT 기술을 도입해 생산 원가를 낮추고, 재배지를 체험과 관광이 결합한 복합 공간으로 탈바꿈시켜 소득원을 다변화해야 한다. 아울러 탄소 흡수 능력이 뛰어난 황칠나무의 특성을 살려 ESG 경영 기업들과 연계한 탄소배출권 시장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등 새로운 경제적 돌파구를 스스로 찾아야 한다.
정부의 역할은 퍼주기식 지원이 아니라, 식품 원료 인정 범위를 확대하거나 생산자 조직화를 돕는 등 ‘판을 깔아주는 제도 개선’에 국한되어야 한다. 결국 산업을 살리는 것은 현장에서 발로 뛰는 임업인들의 혁신 의지다. "묘목이 많아서 돈이 안 된다"는 탄식은 1차 산업의 논리일 뿐이다.
황칠나무가 진정한 황금 나무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과거의 습관적인 정책 의존에서 벗어나 고부가 가치 창출을 위한 자립적 생태계 구축에 사활을 걸어야 할 때다.
